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과 주한미군은 4일 오후 늦게 동해안 모처에서 동해상을 향해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Ⅱ'를 발사했다. 같은 날 북한이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IRBM을 1발 발사한 데 따른 대응 차원이었다.
문제는 군이 발사한 '현무-Ⅱ' 1발이 발사 직후 비정상적으로 비행하다 발사 기지 내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발사한 미사일이 표적을 타격하기는커녕 기지 안에 낙하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미사일 발사 자체가 보도 유예(엠바고) 사항으로 설정돼 있었던 까닭에 군이 미사일 발사는 물론이고 발사 후 발생한 낙탄 사고에 대해서도 강원 강릉시 일대 주민들에게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군이 이번 사고를 숨기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낙탄 사고가 발생해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치솟자 주민은 전쟁이라도 난 줄 알고 밤새 불안에 떨어야 했다. 주민에 따르면 4일 오후 11시쯤부터 5일 오전 1시 30분 사이 강릉시 모 부대 쪽에서 불꽃 섬광이 하늘로 솟고 큰 불길과 연기가 번졌으며 폭발음이 수차례 들렸다. 미사일 발사가 보도유예(엠바고)로 설정돼 군은 물론이고 언론도 해당 소식을 다루지 않아 주민은 더욱 큰 공포를 느껴야 했다. 한 누리꾼은 강릉에 있는 부모가 걱정돼 새벽에 급히 연락했다면서 이를 인증하는 문자메시지 캡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한 누리꾼이 "어디인가용?"이라는 질문에 "공군부대쪽이요~"라고 댓글이 달리며 실시간으로 문답을 주고받는 사진도 올라왔다.
다른 회원들도 글이 올라오자마자 "미사일을 밤에 왜 쏘아올리죠? 이것도 훈련인가?"(23***), "전쟁인가?"(와키***), "육군이 공군 비행장 들어와서 훈련했다는 거 같은데 아마 오발사고든 폭발이든 일어난 거 같음"(구름****), "단순 미사일 훈련으로 저렇게 될 일이 없겠지만 저 정도의 훈련을 강릉시민들이 몰랐을지도 의문"(피로***) 등의 댓글을 달며 불안해했다.
군은 사고 발생 7시간 만에야 유감을 표명하고 주민에게 사과했다. 군 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고로) 지역 주민들이 많이 놀랐던 걸로 안다"며 "그 부분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현무-Ⅱ' 미사일은) 발사 직후 기지 내로 떨어졌다"며 "탄두는 폭발하지 않았고, 불꽃은 추진제가 연소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민간은 물론, 기지 내 인명피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엠바고로 인한 늑장 대응을 지적하며 사고 경위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5일 페이스북에서 "어제 저녁 한미연합군이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동해상으로 ATACSM(에이태큼스) 지대지 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 하지만 우리 군이 발사한 현무미사일은 비정상 비행 후 강릉 공군기지 내 낙탄했다. 이로 인한 폭발과 섬광은 많은 강릉시민과 국민께 걱정과 염려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국민의 혈세로 운용되는 병기(兵器)가, 오히려 국민을 위협할 뻔했다"며 "낙탄 경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부터 해야 한다. 기계적 결함인지, 운용의 문제인지 검증에 검증을 더해달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정부의 안보 공백을 낱낱이 보여줬다고 맹비판하고 나섰다.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머리 위에 '현무-Ⅱ'가 떨어진 완벽한 작전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야당 국방위 간사가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에 여러 차례 전화해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 게 대한민국 국방의 현실이라면서 지금이라도 국민께 낱낱이 낙탄 사고의 실상에 대해 보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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