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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치매 원인’ 찾았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 11. 21.

65세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40년 뒤에는 6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현실이다.

많은 기업이 치매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원인조차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초기 치매가 중증으로 진행되는 원리를 최초로 밝혀내며 치매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의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 전희정 선임연구원 등 연구팀과 류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산하 뇌과학연구소 단장팀은 관련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16일 자에 발표했다.

연합뉴스

치매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으로 뇌 속 신경세포가 죽으면서 인지능력의 쇠퇴가 일어난다.

일단 진행되면 속도만 늦출 뿐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신경세포 사멸 전 단계의 원인과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 과정이 오리무중이었다.

치매 환자의 3분의 2 이상은 알츠하이머 환자가 차지한다.

그동안 이들의 뇌에서 공통으로 노폐물 단백질이 끼어 있는 모습이 관찰돼 이것이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가설이 널리 제기돼 왔다.

이를 근간으로 지난 수년간 치매치료제 개발에 매진했지만 임상시험은 잇따라 실패했다.

별세포는 독소에 노출되면 반응성 별세포로 기능이 변화한다 | KIST

연구팀은 노폐물 단백질 대신 다른 원인에 눈을 돌렸다.

뇌에는 신경세포 외에 별처럼 돌기가 뻗은 ‘별세포’가 존재한다.

뇌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데 영양분 공급이나 불순물 제거 등 뇌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독성물질을 분해할 때는 그 수가 늘어나기도 하고 크기도 커지면서 기능도 변화한다.

이렇게 변한 별세포를 ‘반응성 별세포’라고 부른다.

녹색형광단백질(GFP)을 이용해 일반인의 뇌 속 별세포(왼쪽)와 알츠하이머 환자의 별세포를 비교한 영상 |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연구팀은 이들이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일 가능성을 진단했다.

건강한 뇌의 별세포는 독성물질을 분해해도 금방 회복하지만 치매 환자의 뇌에서는 크기가 커지고, 수도 많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분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산화력이 강한 과산화수소로 인해 신경세포가 사멸된다는 사실도 동물 실험으로 입증했다.

과산화수소를 제거하면 치매 진행을 중단시킬 수 있고 심지어 인지기능도 좋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희정 선임연구원은 “뇌의 독성물질과 함께 스트레스, 뇌손상,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 증가로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막으면 치매의 진행을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세종에서 열린 연구성과 브리핑에서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한 ‘과산화수소’를 들어보이는 이창준 연구단장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런 과반응성 별세포는 치매 초기부터 발견돼 조기 진단에도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추후 과반응성 별세포의 부산물을 표적으로 하는 치매 진단과 치료 전략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창준 단장은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치매의 부산물로만 여겼던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세포사멸의 주원인임을 새롭게 밝혀서 기쁘다”라며 “치매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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